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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천재를 넘어 육아만재

수능 킬러문항이 사라진다

by 줄그결 2023. 6.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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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대통령의 한마디로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초고난도 문제인 킬러 문항이 사라지게 되었다. 학교 교과 과정에서 다루지 않는 분야의 문제는 수능에서 배제하라는 지시에 따른 것이다. 그동안 많은 수험생들에게 도대체 잡히지 않았던 미궁 속 난제였던 킬러 문항이 당장 9월 모의평가에서부터 해서 아예 앞으로의 수능에서 배제된다. 

 

킬러 문항의 문제점

 

킬러문항이란 수능에 출제되는 문제 중에서 극최상위권 학생들을 가려내기 위해 출제되는 고난도의 문제를 뜻한다. 보통 정답률이 20% 미만으로 나오는 문제로 찍어서 맞힐 확률이 풀어서 맞힐 확률보다 높은 경우다. 

 

킬러문항
2019학년도 수능 국어 영역 31번 문제

 

보통 킬러문항은 언어영역 비문학 영역에서 과학이나 사회와 연계된 주제로 나왔다. 실제 해당 분야의 전공자들에게 주어도 풀지 못할 정도로 어렵고 매우 긴 지문이 대부분이다.

 

역대 가장 어려웠던 킬러문항은 과학기술 분야의 2019학년도 국어 영역 31번 문제다. 동서양 우주론에 대한 한 페이지 반에 걸친 긴 지문을 읽고 만유인력에 관한 보기의 내용을 이해해야 풀 수 있었던 문제로 정답률이 18%대였다. 분명 국어 영역인데 물리학 배경지식이 있는 과학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라면 굳이 지문을 읽지 않아도 풀 수 있는 문제였다. 우리말을 읽고 이해할 수 있는 능력을 평가하는 문제라고 보기 어려운 것이다. 

 

 

 

 

 

또한 2019학년도 수학(가형) 30번 문제는 서울대 이과 학생에게 풀어보라 했더니 30분이 지나도록 풀지 못했다는 일화도 있다. 결국 당시 한국교육과정평가원장은 난이도 조절에 실패했다고 인정했다. 하지만 그 이후에도 초고난도 문항은 계속 출제됐다. 작년 수능에서도 클라이버의 기초 대사량 연구에 관한 국어 17번 문항은 정답률 15.1%에 그친 과학기술 분야 비문학 킬러 문제였다. 그리고 작년 수능은 통합수능 2년 차를 맞아 사회탐구 영역에서는 정답률이 2.5%밖에 안 되는 역대 기출 중 최고난도의 킬러문항이 출제되기도 했다. 과학탐구영역의 표준점수 최고점이 사회탐구에 비해 지나치게 높으면 문과침공이 더욱 쉬어지기 때문에 이를 막으려는 해결책이었던 것이다. 

 

이러한 문제가 있어 왔기에 이번에 대통령은 언어영역에서 과학과 사회의 매우 전문화 된 특수 분야에 관련해서 문제를 내는 것을 하지 말라고 언급한 것이다. 교과 과정에 나오지 않는 분야의 킬러문항을 제공한다는 사교육 시장에 내몰리어 그들의 호구가 되는 부모들이 막대한 사교육비를 쓸 수밖에 없는 지금의 현실을 타파하고 싶은 의도가 보인다. 학교에서 배우고 익히기 힘든 어렵고 복잡한 유형이 수능에 나올수록 학원에 의지할 수밖에 없는 지금의 교육 현실이 대통령의 지시로 어떻게 변할까?

 

 

킬러문항의 자리를 대신할 준킬러문항

이런 배경에서 당장 9월모의평가부터 올해 수능, 그리고 앞으로는 킬러문항이 사라질 것이다. 하지만 킬러문항이 없어지면 시험의 변별력은 무엇으로 유지할까? 그다음 준비하고 있는 2열의 킬러문항인 준킬러문항들이 나오지 않을까? 이러한 상황이면 중위권 학생들이나 중하위권 학생들은 조금 더 불리한 상황이 될 것이다.

 

킬러문항을 고액으로 받아오던 극상위권 학생들은 킬러 문제 없이 상위권 학생들과 고른 경쟁을 할 것이다. 그리고 쉬운 문제를 공략해서 점수를 받아 오던 중하위권이나 중위권 학생들은 풀 수 없는 문제들이 늘어날 수 있다. 전체적으로 문제의 난이도가 조금씩 올라가지 않을까 예상된다. 정답률 20% 미만인 문제가 한두 개 출제되던 것을 정답률 40% 미만의 준킬러 문항 몇 개가 더 추가되어 킬러문항 자리를 대신할 것으로 보인다. 

 

 

킬러문항이 없어지는 수능을 준비하기

국어에서 비문학 초고난도 문제는 없어질 것이 분명하다. 그러면 과거 교과서나 ebs 교재에 있는 비문학 지문에서 기출로 나왔던 준킬러문항이 늘어나면서 킬러문항을 대체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국어에서 사회나 과학을 연계해 난도를 억지로 높이는 형태의 문제는 사라지고 각 과목은 그 과목에서 배우는 범주와 취지에 맞게 나올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결국 교과서와 학교 수업의 중요성이 더 커질 것이다. 대신 수박 겉핥기 식의 학습이 아닌 교과서를 기반으로 심도 깊게 생각하며 읽고 이해해서 스스로 깨우치고 익히는 자기주도학습역량이 더욱 중요해질 수밖에 없다. 요리를 할 수 있는 재료는 모두 똑같은 상황이다. 그 재료로 스스로 얼마나 연구해서 멋진 요리를 만들 것인가가 관건이다. 교과서라는 동일한 수능 시험 범위 안에서 제대로 알고 깨우침이 어느 정도 깊이인지 판별하는 잣대로 수능이 그 역할을 할 것이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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