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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주 미메시스아트뮤지엄

by 줄그결 2023. 6.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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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과 마주한 경기도 파주에서는 서울근교지만 서울에서는 느낄 수 없는 여유로운 분위기와 너른 풍경이 가득하다. 주말이면 가벼운 마음으로 가족끼리 연인끼리 또는 혼자서 둘러보기 좋은 곳 파주. 그중에서 특히 젊은 사람들에게 심플하고 멋진 외관으로 단박에 강렬한 인상을 심어주는 공간이 있다. 파주 미메시스아트뮤지엄을 소개한다. 

 

미메시스아트뮤지엄
미메시스 아트 뮤지엄 홈페이지

 

미메시스아트뮤지엄 위치

 

미메시스아트뮤지엄은 파주출판단지 북쪽에 자리한다. 파주출판단지는 설계부터 국내외 내로라하는 건축가 40여명이 힘을 합쳐 조성한 국내 계획출판도시다. 각 건축가마다 맡겨진 공간의 범위와 조건 아래서 여러 출판사의 사옥을 설계했다. 지금의 파주출판단지의 고유한 분위기와 아우라는 그러한 배경에서 생겨난 것이다. 그러하기에 파주출판단지는 방문하는 사람들에게 책을 소개하기도 하지만 건축이란 예술을 소개하는 거대한 건축박물관 같은 느낌을 주는 곳이다. 미메시스아트뮤지엄은 그 가운데에서도 독보적인 아름다움을 지닌 건축물이다. 

 

건축가 알바루 시자 비에이라(Alvaro Siza Vieira)

알바루 시자

미메시스아트뮤지엄을 설계한 건축가는 1933년 태생 포르투갈의 출신의 건축가로 현대 모더니즘 건축의 마지막 거장이라고 불리는 알바루 시자 비에이라다. 그는 실제로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건축계의 노벨상인 프리츠커상을 1992년에 받은 세계적인 거장이다. 그뿐 아니라 유럽건축상, 2002년 베니스 건축 비엔날레 황금사자상, 2012년 베니스 건축 비엔날레 평생공로상 등을 받은 이력이 있다. 이런 세계 최고의 건축가인 알바루 시자 비에이라가 우리나라 출판사인 열린책들의 사옥을 지은 것이 미메시스아트뮤지엄이다. 엄밀히 이야기하면 사옥보다는 일반인들을 향해 열려있는 개방형 갤러리로 기능한다. 그의 건축세계는 자연과 하나 되는 극도의 단순함이 돋보이는 건축물 안에 자연의 빛을 끌어들이는 것으로 표현할 수 있다. 인조광을 되도록 사용하지 않고 자연광을 중시하며 화려한 외관보다는 사용자를 배려하는 기능적인 측면을 강조하여 자연과 건축물의 조화를 이룬다는 그의 건축철학이 잘 반영되어 있다. 

 

 

 

건축물의 특징

모더니즘 건축의 거장이 설계한만큼  미메시스아트뮤지엄은 건물의 장식 요소를 최소화해서 기능을 살린 모더니즘의 건축 양식이 고스란히 보인다. 새하얀 백자 같은 단순한 외관인데 지나가는 사람들의 눈길을 사로잡을 만큼 뭔가 압도적인 분위기가 있다. 건물의 곡선과 주변의 태양빛이 어우러져 주변의 초록빛 나무와 하늘이 하나의 예술이 되는 신기한 작품 자체가 되는 것이다. 단순하지만 마치 시처럼 리듬과 운율이 있는 듯 고요하게 변주되면서 매끈하게 펼쳐진 건물의 외관만 한참을 바라보고 있어도 하루가 금방 갈 것 같다. 빛의 움직임에 따라 건물이 그 빛을 받아주는 범위가 위치가 함께 변하며 생기는 그림자 또한 하나의 예술로 승화된다. 

 

건물 안으로 들어가기 전에 건물 외관이 가장 움푹하게 패인 안쪽에 서서 하늘을 바라보면 건물의 곡선이 새파란 하늘에서 춤추는 것과 같은 인상을 받는다. 시간의 변화와 함께 태양의 고도도 달라지기에 벽면에 비추는 빛과 그림자의 움직임도 파도와 같이 잔잔히 일렁인다. 

 

 

 

 

 

단정한 마음으로 도자기를 빚은 듯한 건물의 외관을 따라 가는 것만으로도 건축물이 주는 따뜻함과 편안함을 느낄 수 있다. 그 자체가 하나의 작품이 되어 건물에 대한 직선 일변도의 산물이라는 기존의 편견을 단숨에 깨뜨려준다. 

 

건축의 시인이라고도 불리는 알바루 시자는 과연 그의 작품을 통해 우리로 하여금 시를 노래하듯 그 건축물을 거닐도록 만들었다. 그의 작품 자체가 시가 되는 순간이다. 미메시스아트뮤지엄의 곳곳을 발 닿는 대로 거닐다 보면 시를 통해 각각의 심상이 만개하듯 거니는 사람마다 저마다의 느낌을 가지고 이곳을 기억할 것이다. 

 

 

 

 

 

그렇게 한참을 건물 밖에서 서성이다 드디어 건물 안으로 들어서면 1층에 카페가 있다. 천장이 2층까지 닿아 있어 시원스럽다. 안의 공간도 밖에서 볼 때와 같이 직선으로 구획된 공간이 아니다. 곳곳이 곡선으로 둘러싸여 있어 벽면을 따라 하얀 물거품이 파도치듯 흘러간다. 그리고 그 벽면에는 책이 빼곡하다. 저마다의 취향으로 책을 골라 몇 시간이고 앉아 있으면 그야말로 마음의 평화가 오는 공간이다. 

 

입구 맞은편 끝자락에 있는 아트숍을 지나 전시실이 나타난다. 높은 천장에서 또한 하늘로부터 빛이 스며든다. 곳곳에 자연광을 빌려와 내부의 조도를 완성한 알바루 시자의 계획이 그저 놀랍다. 빛의 농도와 그림자의 음영이 다른 곳에서 저마다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2층을 지나 3층을 가는 길 곳곳도 쉽게 지나가지지 않는다. 선과 면과 원의 조합에다 빛의 색으로 입혀진 공간들이 발길을 잡는다. 3층은 미메시스아트뮤지엄의 메인 갤러리다. 이 곳에 들어서면 하늘 아래 내가 감싸져 있는 듯하다. 그리고 내가 서 있는 그곳은 하나의 캔버스가 되어 전시된 작품들을 담아내고 있는 듯한 경험을 하게 된다. 천장을 하나의 거대한 면으로 만들고 벽을 따라 빛을 차분히 눌러 반사시키니 자연광도 은은하게 순화되어 간접등의 역할을 한다. 정말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분위기다. 곡선이 주를 이루지만 어느 순간 삼각형의 예각이 갑작스레 나타나 긴장감을 주기도 하니 하얀 콘크리트 안에서 이보다 더 감동스러울 수 있을까 생각이 든다. 여러 도형들로 그림자놀이를 하듯 그렇게 그곳을 즐기면 된다. 

 

 

미메시스아트뮤지엄
미메시스아트뮤지엄 정보

 

미메시스아트뮤지엄의 여운

 

화려하고 압도적인 작품수와 여러 즐길거리 또는 체험 등으로 사람들을 붙잡아 놓는 곳이 아닌, 작품을 담는 그릇 그 자체로서의 미술관을 느끼고 경험하기에 충분한 매력이 넘치는 곳이다. 미메시스아트뮤지엄은 그렇게 오래도록 그것을 경험한 사람에게 기억될 곳이다. 내가 그러하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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