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7년 개봉한 타이타닉이란 영화를 통해 많은 사람들에게 타이타닉(타이태닉)이라는 배의 이름이 널리 알려졌다. 1912년 4월 10일, 2000명이 넘는 승객과 선원들을 태우고 역사적인 첫 항해를 떠났다가 빙산에 부딪혀 대서양 심해에 가라앉아 약 1500명이 사망한 사건이 있었고 그 배의 이름이 타이타닉호였다. 그리고 111년 전 침몰한 타이타닉호의 잔해를 보기 위해 잠수정을 타고 그 현장인 대서양 심해로 여행을 떠났던 5명이 전원 사망한 것으로 추정되는 사고가 일어났다. 지난 18일의 일이다.
1912년의 타이타닉호
19세기까지 세계 최강국의 자리를 지켰던 영국이 20세기 초, 세계의 패권이 미국에로 넘어가는 상황에서 해가 지지 않는 나라로서 명성을 지켜왔던 자국의 자존심을 걸고 만든 배가 타이타닉호다. 그동안의 배의 크기 중 단연 제일 크고 화려한 여객선이었던 타이타닉호에는 호화로운 생활을 즐겼던 부유층부터 그 배를 운행하기 위해 필요한 인력이었던 극빈층까지 모두 2000명이 넘는 사람들이 승선했었다.
세계 1위의 국가 자리를 미국에게 넘겨주는 것을 인정하기 싫었던 대영제국이 마침 발달한 산업 기술을 가지고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할 만한 무언가를 만들고 싶었고 그것이 바로 타이타닉호였다. 그리고 타이타닉호는 그들의 명성을 되찾기는커녕 바닷속에 모든 것이 수장되고 마는 슬픈 사건의 주인공이 되었다. 바다를 정복할 수 있다고 생각한 인간의 오만함, 그리고 거대한 배의 침몰과 함께 다가오는 죽음 앞에서 꾸며진 인간성을 버린 그들의 민낯이 뒤범벅되어 여러 의미를 지닌 비극적인 사건이었다.
2023년의 타이탄 잠수정
세월이 흘러 2023년이 되었고 이제는 잠수정이라는 더 발전된 기술의 산물을 이용해 111년 침몰한 타이타닉호의 잔해를 구경하러 5명의 사람들이 그 깊은 바다 속으로 스스로 내려갔다. 그리고 다시는 돌아오지 못한 사건이 일어났다. 그들은 탐사 목적은 영화 촬영이나 연구 같은 목적이 아닌 그저 순수한 관광이었다. 잠수정의 조종사였던 스톡턴 러시는 사고 잠수정인 타이탄호를 운영하는 오션게이트익스페디션스의 최고경영자(CEO)였다. 그리고 그 외에 영국 국적의 억만장자인 해미시 하딩, 파키스탄계의 재벌 샤자다 다우드와 그의 아들인 술레만 다우드, 그리고 프랑스의 해양 전문가 폴 앙리 나르졸레가 잠수정에 몸을 실었다.
타이탄 잠수정에 탑승한 5명의 사람들
조종사이자 잠수정을 만든 오션게이트익스페디션스의 CEO였던 스톡턴 러시는 어릴 적 꿈인 우주비행사를 이루기 위해 프린스턴대에서 항공우주공학을 전공하고 2009년 심해 탐사의 지평을 넓히겠다는 포부를 가지고 오션게이트익스페디션스를 직접 세웠다. 안타까운 부분은 그의 아내 웬디 러시는 111년 전 타이타닉호에서 숨진 이지도어 스트라우스와 아이다 스트라우스 부부의 후손이라는 사실이다. 이번 사고로 남편을 잃은 웬디 러시의 고조부와 고조모는 영화 타이타닉에 실제 영감을 준 부부였다고 한다. 그분들은 당시 메이시스 백화점의 공동 소유주였고 엄청난 재력을 가진 상류층이었으므로 먼저 구명보트에 탈 기회가 있었음에도 자리가 부족하다는 것을 알고 다른 사람들에게 양보를 한 후 서로를 꼭 안고 배의 갑판 위에서 죽음을 맞이했다고 한다. 이런 아름다운 이야기는 실제 영화 타이타닉에도 잘 묘사되었다.
프랑스인 폴 앙리 나르졸레는 타이타닉 잔해가 있는 북대서양을 35차례 이상이나 잠수했던 해양 전문가로 미스터 타이타닉이라는 별명을 갖고 있었다고 한다. 그리고 나르졸레는 영화 타이타닉의 감독인 제임스 캐머런의 25년 지기 지인이라고 한다. 그의 죽음을 들은 제임스 캐머런은 그의 소식을 듣고 실제 타이타닉의 참사와 유사한 비극이 일어났다는데 매우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해미시 하딩은 영국의 민간 항공기 서비스 회사인 액션항공의 회장으로 여러 기네스 세계기록을 가지고 있는 유명한 탐험가다.
잠수정의 사고 원인
이번 잠수정 사고의 원인은 내부 폭발인 내파로 결론이 났다. 사고 잔해물을 통해 선박에서 내파가 발생했다고 전문가들은 판단했다. 해저 3800m에 있는 타이타닉호의 수심 압력은 지구 표면 대기압의 380배에 달한다고 한다. 타이탄 선체 결함이나 고장으로 잠수정이 심해의 높은 압력을 견디지 못하고 내파가 발생한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잠수정이 출항한 지 몇 시간 만에 폭발음이 감지됐다고 한다. 타이탄의 실종 직후 미국 해군의 탐지시스템에서 해저 폭발음으로 의심되는 소리를 감지했고 이를 토대로 해저 수색 범위를 좁혀갈 수 있었다고 알려진다.
실종된 타이탄은 탄소섬유와 티타늄으로 만들어진 잠수정이고 조종사 1명과 승객 4명을 탑승해서 해저 4000m까지 내려갈 수 있게 만들어졌고 최대 4일간 이용할 산소를 채울 수 있었다.
잠수정의 스펙으로만 봐서는 해저 3800m에 있는 타이타닉호를 충분히 탐사할 수 있었지만 끝내 이런 사고를 당한 이상 잠수정을 만든 미국의 해저탐사업체 오션게이트 익스페이션이 충분한 안전성 검증이 안된 상태로 잠수정을 운행했다는 논란은 나올 수밖에 없을 것이다.
영화 속의 장면들이 생생한 타이타닉호. 그리고 사진 속 타이탄 잠수정. 모두 실존했지만 끝내 목적을 이루지 못하고 많은 이들에게 슬픔을 안겨 준 비극적 사건의 주인공이다. 타이타닉과 관련한 비극은 이미 너무 많은 사람들을 힘들게 했을 것이다. 타이타닉의 주제가였던 "My heart will go on"의 가사처럼 이런 비극 속에서도 그 마음만은 무너지지 않고 계속 나아갈 수 있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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