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이 없는 영화는 어떨까?
공포영화에서 우리에게 공포감을 주는 건 영상이 아닌 음악의 역할이 크다는 사실을 증명해 보이는 실험도 있듯, 음악이 없이는 영화에서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감정이 극히 제한적일 것이다. 영화를 통해 우리가 알게 된 음악은 우리 기억 속에 오래도록 저장되어 그 음악을 들으면 영화의 장면이 떠오르는 경험이 모두에게 있다. 이토록 우리 삶에 녹아드는 위력을 가진 영화음악은 도대체 누가 만드는 걸까? 영화음악의 거장 두 작곡가를 통해 영화음악이 가진 위력을 잠시 느껴보자.
영화와 찰떡인 음악
영화에 쓰이는 음악은 기존의 팝이나 클래식과 같은 음악일 수도 있고 그 영화를 위해 새롭게 만들어진 음악일 수도 있다. 공포영화에서 공포감을 주는 장면이 음악 없이 나온다면 극도의 공포심이 생길까? 그렇지 않을 것이다. 드라마 오징어 게임을 기억하는가? 리코더와 멜로디언으로 이루어진 단조로운 멜로디가 반복될 때 우리는 그 무서운 장면과 설정 속에서 그로테스크하고 기괴한 감정이 나도 모르게 더 분출되는 것을 느꼈을 것이다.
이처럼 영화나 드라마의 내용과 분위기, 그리고 서사에 딱 맞는 음악을 만드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오래 초 타계한 유명한 작곡가인 류이치 사카모토는 국내와 할리우드 영화 음악에도 관여를 했는데 음악이 영화보다 더 튄다고 감독에게 한 소리를 들은 일화를 얘기하며 영화음악 작곡의 어려움을 말하기도 했다. 그리고 영화 미션과 시네마 천국, 러브 어페어 등의 영화 음악을 작곡한 이탈리아의 세계적인 영화음악 거장인 엔니오 모리코네는 시나리오만 보고 영화음악을 만들었다고 한다. 그가 만든 곡들은 영화를 보지 않은 사람들에게도 음악 자체 만으로 충분한 매력을 가지고 다가서는 매력을 가지고 있다.
이렇듯 영화에서 없어서는 안될, 영화음악의 대표적인 작곡가를 소개한다.
한스 짐머(Hans Florian Zimmer)
한스 짐머는 유대계 독일인으로 정규 음악 교육을 받지 않은 특이한 이력을 가지고 있다. 학교에서 7번이나 쫓겨났고 그 덕분에 정규 음악 교육은 2주밖에 받지 못했다. 이런 형식적인 교육을 받지 않았던 터라, 그는 팝, 전자음악, 락, 월드뮤직 등의 실험적인 사운드와 전통적인 오케스트레이션을 결합해서 독특한 그만의 스케일이 큰 장엄한 음악을 창조할 수 있었다. 1982년부터 150여 편 이상의 영화음악을 작곡해 왔고, 그중 많은 영화음악이 대성공을 거뒀다. 대표작으로는 라이온 킹, 캐리비안 해적, 다크 나이트, 인셉션, 인터스텔라, 글래디에이터가 있다. 대부분 웅장한 스케일의 영화 속에서 그의 음악이 잘 맞아떨어지는 것을 볼 수 있다.
한스 짐머는 록이나 일렉트로닉 비트 등 전자음악과 실험적인 연주를 통해 자신만의 고유한 음악 스타일을 완성한다. 1994년 라이온 킹으로 아카데미 음악상을 받았고 골든 글로브와 그래미 상도 여러 번 수상했다. 그가 대단하다고 생각하는 점은 자신만의 확고한 방식을 고수하는 것이 아니라, 감독이나 작품을 바탕으로 자기만의 색깔을 집어 넣어서 어떠한 변화를 반드시 꾀한다는 점이다. 우주가 배경인 영화 인터스텔라를 작업할 때에는 마치 우주선에 갇힌 듯한 느낌을 가지려 몇 달 동안 혼자 지내며 곡을 완성했다고 한다.
정재일
정재일은 장성규, 이병우, 방준석 등 내로라하는 우리나라 영화음악 감독 중에서도 젊은 편에 속하는 작곡가다. 17세에 베이시스트로 데뷔한 정재일은 밴드와 뮤지션 활동과 별개로 영화 바람과 해무 등에서 음악을 작곡했다. 그런 그가 영화 옥자를 통해서 봉준호 감독과 만나게 되고 옥자에서 모든 음악의 작곡, 편곡, 연주, 지휘까지 도맡아해내며 봉준호 감독의 눈에 쏙 들게 된다. 그 이후로 기생충에서도 봉준호 감독의 "멋있게 걷는 것 같은데 휘청거리고 절뚝거리는 느낌이 필요하다"는 말의 뉘앙스를 제대로 캐치해서 기생충의 이야기와 걸맞은 음악을 만든다. 불안하면서도 우아한 느낌의 음악이 영화 저변부에 흐를 때 부조리하고 기묘한 분위기를 더욱 느끼게 된다. 이런 여세를 몰아 드라마 오징어 게임에서도 그는 길이 회자될 영화음악을 만들어 냈다. 리코더와 캐스터 네츠, 소고와 같은 친숙한 악기를 이용해 기괴하고 잔혹한 공포감을 제대로 조성했다. 그는 이 작품으로 할리우드 뮤직 인 미디어 어워드에서 한국인 최초로 영화음악상을 수상한 이력을 가지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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