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2016년 에어팟을 공개한 뒤 7년 만에 처음으로 선보이는 새 하드웨어 제품인 혼합현실(MR) 헤드셋이 처음 공개되었다. 애플은 소프트웨어 강자지만 정말 굵직한 하드웨어를 만들어서 세상의 흐름을 한 번씩 바꿔 놓았다. 맥으로 개인용 컴퓨터 시대를 열었고 아이폰으로 모바일 컴퓨터를 가능하게 했다면, 이제 MR 헤드셋으로 공간 컴퓨팅 시대를 열 준비를 하고 있다. 비전프로는 애플이 개발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긴밀한 통합으로 사용자에게 완전하고 무한한 개별 공간 컴퓨터를 선물해 준다. 매력적이고 몰입감 넘치는 무한한 캔버스로서 사람들을 공간 컴퓨팅의 시대로 초대하는 애플의 MR 헤드셋 비전프로에 대해 알아보자.
터치도 필요 없는 시대
현지시간 6월 5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쿠퍼티노에 있는 애플파크에서 연례개발자대회(WWDC)가 열렸는데 애플은 그곳에서 MR 헤드셋인 비전프로(Vision Pro)를 공개했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는 ME 헤드셋은 눈동자와 손동작, 그리고 목소리로만 기기를 다룰 수 있으며 화면 크기도 주변환경의 제약을 받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맥으로는 마우스, 아이팟은 클릭휠, 아이폰은 멀티터치라는 영역을 개척했다면 비전프로는 이런 컨트롤러가 자체가 전혀 필요 없는 시대를 가져다 주는 하드웨어의 시작을 여는 것이다. 앱의 아이콘 자체를 눈동자로 보는 것만으로 클릭이 되며, 음성으로 인공지능 비서인 시리(Siri)를 불러낼 수 있다.
비전프로의 특징과 가격
무엇보다 비전프로는 애플의 이전 모든 시스템과 연동이 된다는 점이 큰 특징이다. 메모와 메시지 기능을 사용할 수 있고, 아이폰과 아이맥에서 작업하던 데이터들도 고스란히 비전프로에서 연동된다. 아이클라우드라는 공간 사용을 통해 모든 작업들이 하나의 가상공간에 모임으로 가장 최신의 작업 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
헤드셋의 생김새를 보면 프레임은 알루미늄으로 되어 있고 전면에 유리가 부착되었다. 센서가 5개 있고 카메라가 무려 12개, 디스플레이와 애플이 직접 개발한 R1과 M2칩의 구성품으로 이루어져있다. 최대 2시간의 배터리 지속 시간을 가지고 2개의 디스플레이는 2300만 픽셀을 구현한다. 그리고 실질적으로 음향을 들을 수 있도록 공간 음향 기능이 들어가 있다.
애플의 얼리어답터들이라면 누구나 침을 흘릴 만한 비전프로는 3499달러 이상으로 책정되었다. 한화로 환산하면 약 456만원 이상인 것이다. 얼마 전 메타가 출시한 퀘스트 3 MR 헤드셋과 비교해 보면 7배나 비싼 금액이다. 의욕만으로는 덜컥 사기 어려운 금액이다. 애플과 가상현실에 대한 애정 가득한 팬심만으로 구입할 수 없기에 상황을 조금 더 지켜보는 수밖에 없다. 애플의 새로운 가상현실 시장을 노린 야심작이지만 가격이라는 장벽이 쉽게 애플의 주가를 당장 끌어올리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메타버스라는 말 대신 공간 컴퓨팅이라는 말로 둘러댄 이유
애플의 이런 부담스러운 가격 책정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애플이 왜 이런 시점에서 높은 가격으로 굳이 비전프로를 세상에 내놓았을까 생각해 볼 수 있다. 앞서 미국의 빅테크 기업인 메타에서 서둘러 MR 헤드셋을 공개한 것을 보면 알 수 있듯이 헤드셋 뒤에 막강한 메타버스(Metaverse) 시장이 펼쳐질 것이기 때문이다. 페이스북이란 회사의 이름 자체를 메타로 바꾼 마크 저커버그의 판단만 봐도 메타버스의 장악력이 미래 세대의 강자를 만드는 기준이 될 것임을 알 수 있다.
다만 실제 많은 사용자들에게 메타버스라는 가상공간이 아직 덜 현실적으로 느껴지는 것을 감안해서 애플은 공간 컴퓨팅이라는 단어를 사용해서 실제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에 뿌리를 둔 실용적인 장치라는 인식을 주고 싶었던 것 같다. 내년 2024년 본격 출시될 비전프로가 나오기까지 사람들에게 공간 컴퓨팅이라는 개념이 낯설지 않게 이미지 메이킹을 어떻게 할 것인지 그리고 대중의 선택은 어떻게 될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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