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새로운 세법개정안이 발표됐다. 핵심은 결혼할 때 자녀가 부모에게서 받을 수 있는 증여자금이 최대 1억 5000만 원까지 늘어났다는 점이다. 즉 부부 중 한 명당 최대 1억 5천만 원까지는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정부는 증여세 공제 한도를 현재 5000만 원에서 1억 5000만 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신혼부부 증여세
이번 세법개정안은 상속세와 증여세를 대폭 개정함으로 예비 신혼부부에게 증여받을 수 있는 기회를 더욱 확대하는 방향으로 정해졌다. 혼인 신고일 전후 각 2년 이내(4년간)에 직계비속이 직계존속으로부터 증여받은 재산은 1억원까지 추가로 공제받을 수 있으므로 종전 직계비속 공제 한도인 5천만 원을 1억 원과 합해서 최대 1억 5천만 원까지 공제받을 수 있다. 그리고 부부 각각 이 내용이 해당된다. 그래서 만약 신랑과 신부 모두 부모로부터 각각 1억 5천만 원씩 증여받았다면 총 최대 3억 원까지 증여세를 공제받아 세금을 안내도 된다.
영유아 의료비 세액공제 한도 폐지
연간 700만원인 영·유아(0세~6세)에 대한 의료비 세액 공제(15%) 한도를 폐지했다. 또한 총 급여액 7000만 원 이하 근로자에게만 적용됐던 산호조리 비용에 대한 의료비 세액공제(연 200만 원 한도)도 급여액과 상관없이 모든 근로자에게 돌아가도록 그 대상을 확대했다.
자녀장려금 소득상한 금액 조정
그리고 자녀장려금을 받을 수 있는 소득 상한 금액도 4000만 원에서 7000만 원으로 올렸다. 해당 기준을 낮췄을 뿐 아니라, 최대 지급액도 자녀당 80만 원에서 100만 원으로 인상했다.
변경된 세법개정안의 성격
신혼부부에게 증여세 공제한도를 1억 5천만원까지 확대한 것과 영유아 의료비 세액공제 한도를 폐지한 것, 그리고 자녀장려금 소득 상한 금액과 지급액의 상향 조정 등으로 이루어진 이번 세법개정안은 결국 저출산 대책의 일환의 성격을 띤다. 세대 간의 자본 이전이 조금 더 수월해지도록 해서 젊은 세대들이 세금 부담 없이 더 많은 돈을 부모로부터 증여받아 안정적으로 결혼생활을 시작하는 상황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이번 세법개정안은 증여 공제 한도 확대를 신혼부부라는 한정된 대상에게만 확대했지만 결국 고령층이 쌓은 자산을 자식들에게 물려 주는 것이 서로 부담스럽지 않도록 길을 터준 셈이다. 우리 사회의 부를 소득과 소비의 재창출 능력이 더욱 활성화된 젊은 층으로 자연스럽게 흘러가도록 하겠다는 정부의 의지가 보인다.
어떤 프레임으로 이 개정안을 바라보느냐에 따라 국민 각자의 의견이 다를 수 있는 지점이다. 개인적으로는 이같은 상속 증여세 완화는 앞으로 우리나라가 더욱 추구해야 할 세제 방향이라고 생각한다. 현재 일반적인 증여 공제 한도는 5천만 원이다. 부모나 조부모 등 직계존속이 성인 자녀나 손주 등 직계비속에게 재산을 증여할 때 1인당 5천만 원까지만 공제를 받을 수 있다. 성인의 경우는 10년간 5천만 원, 20년간 최대 1억 원까지 세금을 내지 않는다. 그 금액을 넘기면 과세표준별로 10~15% 세율의 세금을 내야 한다. 이러한 상속 증여세에 대한 논의는 2014년 3천만 원에서 5천만 원으로 올라간 이후 9년 간 전혀 없었다. 그간 자산가격과 소득 등 여러 경제 환경과 지표가 달라진 상황에서 공제 한도는 예전의 그 금액 그대로인 것이다. 사실상, 모든 증여에 대해 일일이 감시하기도 불가한 점이 있다. 이렇게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는 법제도가 어디 이것 하나뿐일까 싶다.
부자 감세의 프레임에서 벗어나서 자본주의 내에서 부모 세대가 당당히 일군 자산을 그 자산을 일구는 데 함께 조력한 대상인 자녀에게 떳떳하게 물려줄 수 있는 것이라는 유연한 관점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부모세대가 평생 열심히 쌓은 부가 내 자식에게 돌아가는 것이 아닌 정부에게 세금으로 고스란히 바치는 꼴이라면 과연 그것이 정당할까? 유독 증여세와 상속세가 우리나라에서만 가혹한 것이 사실이다.
젊은 세대에게 유동적으로 부모의 부가 흘러갈 수 있도록 천천히 완급 조절을 하며 세제를 손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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